평균 투표율도 15% 미만으로 저조…참가자들 "선거인단 모집만 열내고 투표 준비는 대충"
[뉴스토마토 최병호기자] "아. 투표율이 너무 낮은데요. 우리 후보에게 불리하지 않을까요?" 오후 3시가 넘어가자 김○○씨는 당황한 모습이었다. 김씨는 22일 열린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자 경선 현장투표에서 서울 동작구 참관인으로 참여했다. 김씨는 혹시 모를 부정선거를 감시하겠다며 참관인을 자원했다. 하지만 부정선거는커녕 낮은 투표율에 따른 각 주자별 유불리부터 계산할 판국이 됐을 정도로 투표소는 한산하기만 했다.
이날 민주당 경선 현장투표는 전국 250개 투표소에서 오전 7시부터 오후 6시까지 실시됐다. 민주당 경선은 박근혜 대통령 파면과 정권교체 요구로 흥행이 폭발했다. 선거인단에 무려 214만명이 신청, 지난 2012년 경선 선거인단 수(108만명)를 2배 가까이 넘어섰다. 그러나 김씨의 말에서 느껴지듯, 현장투표에서 선거인단의 반응은 무관심 그 자체였다.
민주당에 따르면 이번 경선에서 현장투표 선거인단은 총 30만명(권리당원 19만명+현장투표 신청 국민 11만명)이다. 하지만 오후 4시 무렵 추정한 투표율은 15%대에 그쳤다. 동작구는 그 시각까지 현장투표에 참여한 인원이 500명을 겨우 넘긴 상황이었다. 김씨는 동작구를 뺀 서울 시내 24개 투표소의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다고 귀띔했다.
종로구, 마포구, 강서구, 관악구, 강동구 등 서울의 다른 투표소도 오전 내내 한산했다가 오후가 되면서 투표소를 찾는 사람이 늘었다. 서초구와 강남구 등은 유동인구가 많은 탓에 투표 인원도 많았지만 전체적으로는 '흥행 폭발'이라는 애초의 선전이 머쓱하게 됐다.
하지만 진짜 머쓱해야 할 것은 따로 있는 것으로 보인다. 경선 현장투표에 대한 민주당의 태도다.
"민주당, XX. 선거를 이렇게 대충 할 수 있는 거요" 서대문구 투표소에서는 현장투표를 하겠다고 일부러 시간을 내서 찾았지만 명부에 이름이 없다며 거부당하자 실랑이가 벌어졌다. 헛걸음만 한 조○○씨는 씩씩대면서 "평일에 겨우 시간을 내서 왔더니 이렇게 힘 빠지게 한다"며 "민주당에 공식적으로 항의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명부 문제만이 아니었다. 사전 안내도 허술하기 짝이 없었다. 강북구 투표소에서 만난 박○○씨는 현장투표를 신청하면 안내문자를 받기로 되어 있었는데, 아무런 연락도 없었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어렵게 투표소를 찾아왔다"며 "화딱지가 나서 안 오고 싶었는데 안희정 후보가 꼭 당선되어야 해서 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에서는 이미 '누가' 당연히 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홍보를 안 하는 것 같다"는 불만까지 피력했다.
서초구 투표소에서 만난 정○○씨 역시 민주당의 경선에 불만이었다. "경선일을 공휴일로 지정할 수는 없지만, 당에서 최대한 많은 사람들이 모일 수 있는 때를 투표일로 잡아야 하는 것 아니냐"며 "기자님, 이걸 꼭 좀 써주세요. 민주당이 경선 선거인단 모집만 요란하게 하고 정작 선거는 관심이 없다고 말입니다"라면서 민주당의 태도를 지적했다.
정씨는 "민주당에 경선을 문의하려고 안내번호로 거짓말 안 하고 20번 넘게 전화를 했는데 아무도 받지 않고 답신도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뼈있는 한마디를 던졌다. "국민의 머슴을 뽑겠다면서 머슴들의 잔치만 하고 정작 국민은 안중에 없더라구요."
22일 더불어민주당 제19대 대선후보자 경선을 위한 전국동시 투표소 투표가 오전 7시부터 오후 6시까지 열렸다. 사진/뉴시스
최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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